이번 포스팅에서는 급성 호산구성 폐렴(Acute Eosinophilic Pneumonia, AEP)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EP는 원인 불명의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심한 저산소증과 함께 폐에 호산구가 급격히 침윤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단기간 내에 급속히 진행하는 희귀 질환인데요,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AEP의 발병률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10만 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주로 20-40대의 젊은 성인에서 호발하며, 남녀의 발병률은 비슷합니다.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신규 흡연자나 흡연량이 급격히 늘어난 경우에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EP 환자의 약 2/3가 발병 1개월 이내에 흡연을 시작했거나 흡연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나 약물 등이 AEP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석면, 이산화규소, 알루미늄 등의 직업적 노출이나 코카인, 헤로인 등의 약물 남용, 항생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등의 약물 부작용도 AEP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특발성 질환의 형태로 발생합니다.
AEP의 핵심 병리 기전은 폐포와 간질 조직으로의 호산구 침윤입니다. 호산구는 정상적으로는 기생충 감염에 대한 방어 작용을 하는 백혈구의 일종인데, AEP에서는 원인 불명의 기전에 의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폐 조직에 침윤하게 됩니다. 활성화된 호산구는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여 폐포상피세포와 모세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일으키고, 그 결과 심한 폐포 출혈과 폐부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급격한 폐 손상으로 인해 AEP 환자들은 심한 저산소증과 호흡부전을 겪게 되며, 때로는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스테로이드 치료에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이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수일 내에 급격한 호전을 보이게 됩니다.
AEP는 특징적인 임상양상을 보입니다. 발병 초기에는 감기몸살 같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수일 내로 급격히 진행하는 심한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고열(38도 이상)과 기침, 흉통, 객담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청진상 양측 폐야에서 수포음(crackle)이 들리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급성 호흡부전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흉부 방사선 사진이나 CT에서 양측성 폐침윤이 관찰되면 AEP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학적 소견만으로는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등의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어, 확진을 위해서는 기관지폐포세척술(Bronchoalveolar lavage)을 시행하게 됩니다.
기관지폐포세척액 검사에서 호산구 분율이 25%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으면 AEP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AEP에만 특이적인 소견은 아니며, 만성 호산구성 폐렴, 약제 유발성 폐렴, 기생충 감염 등에서도 유사한 소견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양상과 영상 및 검사 소견을 종합하여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EP의 일차 치료는 스테로이드 투여입니다. 보통 methylprednisolone을 하루 60-125mg 용량으로 시작하여, 임상 경과에 따라 서서히 감량하는 방식으로 2-4주간 사용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시작 후 빠르게 호전되어, 평균 3일 이내에 significant improvement를 보이게 됩니다.
다만 초기에 심한 저산소증으로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에는 기계호흡 이탈(weaning)에 시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cyclosporine이나 intravenous immunoglobulin 등의 면역억제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후는 대부분 양호한 편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사망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적인 합병증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흡연력이 있는 경우 금연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이 높아, 지속적인 금연 교육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AEP 환자의 좋은 예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급성 호산구성 폐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AEP는 비록 희귀 질환이지만, 건강한 젊은 성인에서도 갑작스럽게 발병하여 수일 만에 호흡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이 면역체계를 헷갈리게 만들어, 마치 적군을 친군으로 오인한 아군이 아무렇게나 공격하듯이, 호산구가 무차별적으로 폐포를 파괴하는 것이 AEP의 발병 기전이라 할 수 있겠죠. 다행히 대부분의 환자들은 스테로이드라는 강력한 무기로 잘못 폭주하던 호산구군을 다스릴 수 있지만, 때로는 인공호흡기라는 중무장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치열한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젊음과 건강이 영원할 것 같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지나친 욕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실수로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 AEP는 우리에게 그런 교훈을 주는 질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할 때 감사함을 잊지 않고, 신중하고 절제 있는 삶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희귀하고도 무서운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건강한 폐로 맑은 공기 마시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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