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면역계통의 이상에 의해 장에 발생하는 만성적인 염증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와, 크론병(Crohn's disease)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데, 궤양성 대장염이 크론병보다 2~3배 더 많지만, 크론병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병인
염증성 장질환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장내 세균에 대한 부적절한 면역 반응, 혹은 자가면역 반응이 관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가족력도 작용하며 서양에서는 환자의 약 10~20%에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은 궤양성 대장염에 오히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경구 피임약이나 폐경후 호르몬 대체 요법은 크론병의 위험도를 높입니다. 동물성 단백질이나, 설탕, 과자, 어패류, 오메가 6가 높고 3가 낮은 식이 지방도 위험도를 높입니다.
임상 양상
궤양성 대장염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점막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점막이 약해지고 출혈이 쉽게 발생하며, 부종이나 궤양이 쉽게 발생하고,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과 변비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부분 직장을 침범하며 위쪽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직장이나 원위부 결장(S상 결장)을 포함한 왼쪽 대장에 국한되어 있고, 병변은 연속된 형태로 이어져 나타납니다.
크론병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는 달리 장관벽층 전체를 침범하여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에 따라 장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져 누공이나 협착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전체 장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병변이 불연속적으로 존재(궤양 사이에 정상 점막 존재)합니다.
약 1/3에서 항문 주변의 누공, 협작, 농양 등이 발견되고, 조직 검사상에서 육아종이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크론병에서는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복통과 설사, 체중감소, 미열 등이 흔한 증상이고, 두꺼워진 장병에 의해 우하복부에 덩어리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벽에 부종이 발생하면 장폐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진단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 방법에는 대장 조영술, 내시경, CT/MRI 등이 있는데, 가장 정확하고 널리 쓰이는 방법은 역시 내시경입니다. 대장 조영술은 협착이나 누공 등의 평가에 유용하지만, 초기에는 병변을 정확하게 판정하기 어렵고, 병변의 범위를 실제보다 좁게 평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역시 내시경 검사인데, 결장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을 이용합니다. 대장 조영술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점막 표면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고, 조직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표준적인 검사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내시경에서 염증과 궤양이 직장에서 시작하여 병변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위쪽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점막의 염증과 부종이 관찰되고, 점막이 약하여 쉽게 출혈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궤양의 발생과 치유가 반복되면서 상피 조직이 돌출되는 염증성 용종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크론병의 경우 내시경상에서 비연속적, 비대칭적인 모습으로 관찰되며, 협착과 누공이 흔히 발견됩니다. 서로 떨어진 궤양들이 서로 연결되어 사이 사이에 정상 점막이 연결된 형태의 조약돌 모양(cobble stone appearance)가 특징적입니다.
CT나 MRI의 경우 대장 내시경만큼의 유용성은 없고 보조적인 진단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합병증
염증성 장질환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대표적인 합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의 합병증
- 심한 출혈
- 협착
- 항문 질환
- 독성 거대결장
- 천공
- 대장암
크론병의 합병증
- 협착
- 누공
- 농양
- 천공
- 직장 출혈
- 흡수장애
- 대장암, 백혈병 등
이 외에도 환자의 1/3 이상에서 대장 외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크론병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납니다. 이에 해당하는 질환은 말초 관절염, 홍채염, 결막염, 빈혈, 혈전증, 골절, 강직석 척추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건선 등입니다.
치료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을 호전시켜 장이 손상되는 것을 막거나 늦춤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주된 목표입니다. 보통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먼저 사용하는 방법은 약물요법이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장 절제술 등과 같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크론병의 경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가 잘 낫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양 배액, 치루 절개술, 배액관 삽입 등의 수술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약물은 아미노살리실산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 제제 등이 있는데,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 등 생물학 제제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해 염증성 장질환의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질병 경과를 호전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방침이 변화됐는데, 특히 크론병은 장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이 없거나 가볍더라도 염증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며, 또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꾸준히 규칙적인 투약과 함께 정기적인 검사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론병 환자의 경우 금연도 필수입니다.
5-ASA(aminosalicylate) 제제 : sulfasalazine, mesalamine
5-ASA 제제는 경~중등도의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치료제입니다. 크론병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지만, 친숙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5-ASA 제제에는 sulfasalazine과 mesalamine 이 있는데 mesalamine은 sulfasalazine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두통, 구역, 과민반응 등의 부작용이 더 적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 제제는 중등도 이상의 궤양성대장염/크론병의 관해 유도에 효과적인 제제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지 요법에는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이 심한 경우 초치료 약제로 유용성이 높지만, 농양, 협착, 섬유화 등이 동반되어 있을 때는 금기입니다.
면역 조절제
- Thiopurine (azathioprine, 6-mercaptupurine) :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거나 의존성을 보이는 환자, 염증성 장질환의 유지 요법에 쓰입니다.
- MTX(methotrexate) : DNA 합성 억제와, IL-1 생산 감소를 통해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며, 활동성 크론병의 관해 유도/유지에 사용합니다 (궤양성 대장염에는 효과 없음)
- Cyclosporine(CSA) :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심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수술 대신 고려할 수 있으나, 신독성이나 감염 등의 부작용이 심하고 효과가 부족하므로 유지 요법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 Anti-TNF alpha Ab : 중등도 이상 혹은 누공이 형성된 크론병 환자에서 초치료 약물로 권장되는 항체 치료제입니다. 일반적인 약물치료에 반응 없는 중등도 이상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개 관해 유지를 위한 유지 요법도 필요하여 8주마다 정맥 주사를 시행합니다. Infliximab, adalimumab, certolizumab pegol, golimumab 등의 약제가 출시되었습니다.
- Anti-integrin (anti-adhesion, leukocyte trafficking inhibitor) : Anti-TNF ab 제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여할 수 없는 환자에게 이용됩니다.
기타 치료제
직접적인 치료제는 아니지만, 장내의 미생물 환경을 정상화하여 장의 염증을 줄이고 건강한 환경을 회복시키는 목적의 정장제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 프로바이오틱스 : 비병원성 장내 유익균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을 가장 흔히 사용
- 프리바이오틱스 : 장내 유익균의 성장 /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식품 성분 (올리고당, 식이섬유, inulin 등)
- Symbiotics = 프로바이오틱스 + 프리바이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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