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페스트가 발병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페스트는 우리에게는 일반적으로 죽음을 부르는 전염병인 흑사병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중세에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페스트는 1347 ~ 1351년 중국에서 6500만명, 유럽에서는 5000 ~ 7500만명을 희생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염병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전염병, 페스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1. 페스트 (흑사병)이란?
페스트는 장내세균과에 속하는 그람음성 간균인 여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세균이 감염을 일으키는 급성 열성 전염병입니다.
페스트에 걸리면 피부에 혈색소가 침착되어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 때문에 흑사병이라고도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고, 중세에는 치명적인 대유행이 발생했으나, 현대에는 공중보건위생과 항생제 치료의 발달로 국지적인 소규모의 유행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2. 페스트의 감염 경로는?
페스트균은 기본적으로 쥐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 쥐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페스트균이 쥐벼룩에게 전파되고, 쥐벼룩이 사람을 물거나 폐페스트에 걸린 환자의 비말이 흡입되는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습니다.
3. 페스트의 증상은?
페스트는 크게 림프절 페스트, 패혈성 페스트, 폐페스트의 3가지 감염형태를 보이는데 감염 형태에 따라 보이는 임상 양상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1) 림프절 페스트
일반적으로 1~6일의 잠복기 이후 오한,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비특이적인 열병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신체 부위의 국소 림프절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이어서 전신 림프절이 부어서(지름 3~8cm) 출혈성 화농성의 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적절한 치료조치가 되지 않을 경우 1주일 후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습니다.
2) 패혈성 페스트
패혈증(sepsis)이란 혈류내에 세균이 침투하여 전신적으로 심각한 열성 염증 반응(체온 상승, 호흡수/맥박 증가, 백혈구 수의 증가)을 초래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패 혈증은 신속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20~30%에 달할 정도로 내과적으로 치명적인 응급 상황입니다.
페스트균이 혈류에 감염을 일으키는 패혈성 페스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1~6일의 잠복기 이후 구역,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계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20% 정도의 환자에서는 일차성 패혈증이 발생하는데, 그 증상이 일반적인 패혈증의 증상(구토, 복통, 설사 등)과 같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 출혈성 반점, 상처부위의 출혈,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에 의한 말단부의 괴사, 신장 기능의 저하,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급성호흡부전증후군과 같은 치명적인 경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3) 폐페스트
폐페스트는 페스트가 폐에 감염되어 염증을 유발하는 상태로, 3가지 형태 중 가장 치명적이며 약 5% 정도의 환자에게서 발생합니다.
감염 후 1~3일 정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오한, 발열, 두통, 전신무력감의 증상을 동반하며 빠른 호흡, 호흡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며 질병 이틀째부터는 객혈 증상, 호흡부전, 심혈관계 부전, 허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페스트의 진단 방법은?
미생물학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림프절이나, 혈액, 가래 등의 검체로 세균 배양/동정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습니다. 면역학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페스트 특이 항체의 존재로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5. 페스트의 예방
감염된 쥐벼룩이나 야생동물에 물리지 않도록 하며, 환자 분비물이나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을 소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신은 예방 효과가 불충분하여 일반인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노출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권고되고 있습니다.
폐페스트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나 근접접촉한 사람은 예방목적으로 7일간 tetracycline이나 chloramphenicol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치료
항생제를 투여하여 치료하는데, 발병 초기(발병 후 15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적이므로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를 위해 streptomycin과 gentamicin, chloramphenicol, Bactrim 등의 항생제를 10일 정도 투여하게 되며, 항생제 투여 개시 후 48시간까지 격리를 유지하여 전파를 방지합니다.
6. 페스트는 정말 치명적인가요?
중세 시대에 수천 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역사적 사실과, 흑사병이라는 단어의 어감에서 주는 공포감 때문에 페스트는 대단히 치명적이고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쉽습니다.
물론, 페스트 자체가 위험한 전염병인 것은 맞지만 현대에는 항생제로 치료가 잘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2~5일 내로 완치가 잘 되는 병입니다.
따라서, 항생제도 없었고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중세 시대의 고정관념으로 과도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치료가 지연될 경우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강력한 전파력과 위험성 때문에 반드시 조기에 진단하고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페스트,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쉽지 않지만 만일 감염 소식이 전해진다면 철저한 격리와 예방, 그리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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