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결핵은 결핵균이 장관을 감염시키는 질환으로, 폐외결핵의 하나입니다. 폐외결핵은 폐 뿐 아니라 위장관, 관절, 뇌수막, 심낭, 비뇨생식기계 등 많은 장기를 침범할 수 있는데 이를 폐외결핵이라 하며 전체 결핵의 약 10-15%를 차지합니다. 장결핵은 소장 및 대장을 침범하며 결핵균이 증명되거나 임상 양상 또는 병리학적 소견이 장결핵에 합당하고 항결핵제 치료 후 호전되는 경우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장결핵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이었지만 효과적인 결핵 치료제의 등장과 환경 개선 및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면역억제제의 사용 증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전파 등을 이유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드물지 않게 접하는 질환으로 최근 생활양식이 서구화됨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크론병과 감별하기 쉽지 않아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장결핵의 원인
장결핵의 원인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입니다. 결핵균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분비되는 호흡기 분비물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분비물을 흡입하면 폐로 들어가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 기본감염(primary infection)이라고 합니다.
기본감염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지나가거나 경미한 증상으로 치유됩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감염된 세균이 면역계의 공격을 받아 잠복상태(latent infection)로 들어갑니다. 이때 세균은 활동하지 않고 몸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고 검사로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잠복감염된 환자 중 일부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인해 세균이 다시 활성화되어 증상을 일으킵니다. 이를 재발감염(reactivation infection)이라고 합니다. 재발감염은 주로 폐에서 발생하지만 다른 부위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장결핵은 재발감염의 한 형태로, 결핵균이 장관으로 이동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장결핵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행성 감염: 결핵균이 혈관을 통해 장관으로 이동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기본감염이나 재발감염의 초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림프계 감염: 결핵균이 장간막 림프절을 통해 장관으로 이동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재발감염의 후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화기 감염: 결핵균이 기침이나 가래 등으로 입으로 들어가서 삼키는 경우입니다. 이는 폐결핵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결핵의 병태생리
장결핵은 결핵균이 장관에 감염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형성되는 병변을 결핵성 육아종(tubercle)이라고 합니다. 결핵성 육아종은 세균과 그 주변의 염증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부가 괴사하면 치즈모양의 물질(치즈물질)이 형성됩니다.
이를 치즈화 괴사(caseous necrosis)라고 합니다. 치즈화 괴사된 부분은 점차 섬유화되어 반흔을 남기거나, 더욱 확장되어 궤양을 형성합니다. 궤양은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혈관을 파열하여 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궤양은 연결되어 더 큰 궤양이 되거나, 장벽을 관통하여 천공(perforation)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천공은 복강염이나 복부 농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결핵은 소장과 대장 모두에 발생할 수 있지만, 소장에서는 주로 회장말단부(소장과 대장의 연결부위)에, 대장에서는 주로 상행결장(대장의 오른쪽 부분)에 발생합니다. 이는 결핵균이 살아남기 쉬운 산도가 낮고 횟수가 적은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장결핵은 대개 한 부위에 국한되어 있지만, 다른 부위에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장에서 대장으로 전파될 수 있고, 대장에서 항문으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결핵은 다른 폐외결핵과 동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핵성 복막염(복막에 결핵균이 감염된 상태), 결핵성 복부 림프절염(복부 림프절에 결핵균이 감염된 상태), 결핵성 간엽염(간에 결핵균이 감염된 상태) 등이 있습니다.
장결핵의 증상
장결핵의 증상은 다양하고 비특이적입니다. 장결핵은 2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장결핵의 증상은 다양하고 비특이적입니다. 장결핵은 2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장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없으나복통, 설사, 체중감소등의 증상은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나타납니다.
이외에도발열, 식욕감퇴, 혈변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¹². 증상은 대개 천천히 나타나며 수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약 30%의 환자에서 위장관 이외의 다른 부위에 활동성 결핵 병변이 동반되어 있고 이에 의한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폐결핵이 동반된 경우기침, 가래, 호흡곤란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결핵성 복막염이 동반된 경우에는복수에 의한 복부 팽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결핵의 진단
장결핵의 진단은 쉽지 않습니다. 장결핵은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다른 질환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합니다. 장결핵의 진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진: 의사는 환자의 증상과 과거병력, 약물 복용여부, 일반 건강상태 등을 자세히 묻습니다. 특히 과거 결핵에 걸린 적이 있는지, 결핵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문진이 필요하며 면역이 약화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이나 약제 투여력에 대한 확인도 필요합니다.
신체검사: 의사는 복부를 중심으로 신체검사를 시행합니다. 눈으로 이상 소견이 있는지 관찰하고 청진기로 장의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에 이상이 있는지 들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복부에 종괴가 만져지는지, 손으로 눌렀을 때 아픈 부분이 있는지 진찰합니다. 다른 결핵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복부뿐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에 대한 진찰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폐결핵이 있는지 가슴 부위를 청진할 수 있고 결핵성 림프절염이 있는지 신체의 여러 부위를 만져볼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대부분의 장결핵 환자들은 복통이나 설사 등 대장 질환에서 기인할 수 있는 증상들을 호소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또한 대장내시경 검사는 장결핵을 진단하고 치료 경과를 관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 전체를 관찰할 수 있고 소장의 가장 끝부분인 회장말단부도 관찰이 가능합니다.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면 장결핵 환자의 경우 대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병변은궤양입니다. 궤양은 대장 어디에서나 관찰될 수 있지만회장말단부와맹장 부위에서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고상행결장,횡행결장의 순서로 흔하게 관찰됩니다. 궤양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대장 내강을 둥그렇게 둘러싸는 모양이 가장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장결핵은 일종의 만성 염증이기 때문에 염증이 악화되고 치유되는 과정의 결과로 상처가 남게 되는데반흔이나염증성 용종들이 관찰될 수 있고회장말단부와맹장 사이에서 판막 역할을 하는회맹판이 변형되어 항상 열려 있는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대장에 궤양이 관찰되면대장암이나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과 감별하여야 합니다. 대장암은 보통 하나의 궤양과 이에 동반된 종괴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감별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크론병과의 감별입니다.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크론병은 과거에는 국내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질환으로 최근에는 생활 양식의 서구화 등의 이유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생기고 궤양이 발생하는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입니다.
크론병의 경우에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다양한 모양의 궤양을 관찰할 수 있는데 결핵의 경우와 달리 대장의 종축을 따라 길게 패이는 경우와 조약돌을 뿌려놓은 듯한 모양으로 패이는 경우가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조직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중에 의심되는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하여 병리학적으로 검사합니다. 조직검사는 장결핵을 확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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